변호사가 개발자를 이긴 날
Anthropic Claude Code 해커톤에서 변호사, 의사, 아버지가 수상했다. 개발자는 없었다. AI 시대, 진짜 희소한 것은 무엇인가.
변호사가 개발자를 이긴 날
2026년 2월, Anthropic이 Claude Code 출시 1주년을 기념해 해커톤을 열었다. 정식 명칭은 Build with Opus 4.6. 13,000명이 지원했고, 500명이 선발됐다. 6일간 277개의 실제 작동하는 제품이 만들어졌으며, 총 2,100만 줄의 코드가 작성됐다. 1위 상금은 Claude API 크레딧 10만 달러.
수상자 명단이 공개됐을 때, 개발자 커뮤니티는 조용히 술렁였다.
| 순위 | 수상자 | 직업 | 수상작 | 해결한 문제 |
|---|---|---|---|---|
| 🥇 금상 | Mike Brown | 캘리포니아 상해 전문 변호사 | CrossBeam | 건축 허가 반려율 90% 문제 |
| 🥈 은상 | Jon McBee | 12살 딸을 둔 아버지 | Elisa | 어린이 코딩 교육의 진입 장벽 |
| 🥉 동상 | Michal Nedoszytko | 벨기에 심장내과 과장 | postvisit.ai | 진료 후 환자의 이해 부족 |
| 🎨 Creative | Asep Bagja Priandana | 에스토니아 뮤지션 | Conductr | MIDI 기반 실시간 AI 밴드 지휘 |
| 🧠 Keep Thinking | Kyeyune Kazibwe | 우간다 인프라 엔지니어 | TARA | 블랙박스 영상 → 도로 투자 보고서 자동화 |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사실상 없었다. AI 코딩 도구 해커톤에서.
이들이 만든 것: 현장에서 탄생한 제품들
CrossBeam — 변호사가 캘리포니아 주택 위기에 답하다
Mike Brown의 첫 마디는 이랬다. "모두들 캘리포니아에 주택 위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우리에게는 허가 위기가 있다."
그의 말을 뒷받침하는 수치는 냉혹하다. 2018년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신청된 ADU(부속 주거 시설) 허가 42만 9천 건 중, 90% 이상이 첫 심사에서 반려됐다. 반려 한 번에 수주가 걸리고 수천 달러가 날아간다. 평균 6개월의 허가 지연이 프로젝트당 3만 달러의 손실로 이어진다.
Mike의 친구 Cameron은 ADU를 짓는 건설업자다. Mike는 Cameron이 반려 공문과 씨름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지켜봤다. 반려 공문은 캘리포니아 정부 코드 66310조부터 66342조까지를 인용하고, 도시마다 다른 지역 코드 조항을 참조하며, 설계 도면과 교차 검증을 요구한다. 변호사에게는 익숙한 작업이었다. 복잡한 문서를 빠르게 읽고, 문제를 짚고, 해결책을 찾는 것.
그래서 Mike는 CrossBeam을 만들었다. 작동 방식은 이렇다. 건축 허가 반려 공문과 설계 도면을 업로드하면, 13개의 전문화된 AI 에이전트가 병렬로 작동한다. 각 에이전트는 캘리포니아 ADU 규정 전체를 담은 28개 파일로 구성된 지식 베이스를 참조한다. 높이 제한, 이격 거리, 주차 요건, 수수료 구조까지 포함한 의사결정 트리가 실시간으로 돌아간다. 하나의 분석이 10~30분이 걸리기 때문에 에이전트는 독립된 샌드박스에서 격리 실행되고, Supabase를 통해 실시간 데이터베이스 싱크가 이뤄진다.
Buena Park 시장 Connor Trout은 데모 영상에 직접 등장해 이렇게 말했다. "2029년까지 3,000채 이상의 신규 주택을 허가해야 한다. 작년엔 100채도 안 됐다. 현재 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변호사가 6일 만에 멀티 에이전트 AI 시스템을 만들었다. 격리 샌드박스, 실시간 데이터베이스 싱크, 병렬 스킬 실행까지 포함해서.
postvisit.ai — 심장내과 과장이 시술실 밖을 고치다
Michal Nedoszytko는 브뤼셀의 심장내과 과장이다. 그가 일하는 곳은 '카테터실(cath lab)'이라 불린다. 심장을 치료하는 곳. 수천 번의 시술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를 오랫동안 괴롭혀온 문제는 시술실 안에 있지 않았다.
그의 표현은 이렇다. "진짜 문제는 내가 방을 나서는 순간 시작된다." 환자들은 자신의 진단을 이해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간다. 의사가 설명을 했어도, 전문 용어가 가득한 설명은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
Michal은 병원으로 향하는 출퇴근길 차 안에서 해커톤 소식을 들었다. "운전 중에 최고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일주일 뒤 postvisit.ai가 완성됐다. 진료 후 환자에게 개인화된 AI 동반자를 제공하는 도구다. 진료 기록과 의무 기록을 업로드하면, Opus 4.6의 100만 토큰 컨텍스트 윈도우를 활용해 환자 맞춤형 설명을 생성한다. 의학 용어를 일상 언어로 번역하고, 이후 경과에 대한 지속적인 안내를 제공한다. 의사들이 사용하는 AI 스크라이브 기술을 환자 쪽으로 뒤집은 것이다.
나머지 수상자들: 좁고 구체적일수록 강하다
은상의 Jon McBee는 딸을 위한 코딩 환경을 만들었다. 타이핑 없이, 블록을 조합하면 AI 에이전트가 뒤에서 실제 코드를 짠다. 에이전트가 작동하는 동안 교육 엔진이 아이 눈높이로 과정을 설명한다. 39,000줄의 코드를 혼자, 6일 만에.
우간다의 인프라 엔지니어 Kyeyune Kazibwe는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도로 인프라 투자 추천 보고서로 자동 변환하는 파이프라인을 만들었다. 실제 우간다의 공사 중인 도로에서 테스트됐다. 세계 어느 빅테크 기업도 이 문제에 인력을 투자하지 않는다. 시장이 너무 좁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절실하다.
희소성이 이동하고 있다
| 시대 | 구현 능력 (코딩) | 문제 발견력 (도메인 지식) |
|---|---|---|
| AI 이전 | 높은 가치 ⬆️ | 낮은 가치 ⬇️ |
| AI 이후 | 낮아지는 가치 ⬇️ | 높아지는 가치 ⬆️ |
경제학에는 '비교 우위(comparative advantage)'라는 개념이 있다. 절대적으로 더 잘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더 잘하는 것에 집중하라는 원리다. AI가 구현 능력을 전방위로 끌어올리고 있는 지금, 구현에서의 비교 우위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반면 도메인 지식, 즉 특정 현장에서 쌓인 경험과 문제 감수성은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공급과 수요로 봐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 Claude Code 같은 도구의 등장으로 '코드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의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공급이 늘면 가격(가치)은 내려간다. 반대로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아는 능력'은 여전히 희소하다. 현장 경험은 살아봐야 생기고, AI에게 위임할 수 없다.
Claude Code를 만든 Boris Cherny는 팟캐스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코딩은 대체로 해결된 문제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Mike Brown의 데모를 보고 덧붙였다. "사용자에게 집중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사용자와 이야기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만든다. 그게 Claude Code 팀이 실제로 일하는 방식이다."
해커톤 현장을 직접 취재한 저널리스트 Henk van Ess는 이렇게 썼다. "코더가 아니라고 사과했더니, 대부분이 '저도요'라고 답했다. 진짜 개발자들은 아무도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이것이 단순한 해커톤의 이변이 아닌 이유다. 500명 중 277개의 작동하는 제품이 나왔다는 것, 그리고 그 상위 수상자들이 모두 도메인 전문가라는 것은,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구조적 전환의 증거다. 기술 구현은 점점 범용화되고, 문제 정의 능력이 차별화의 핵심이 되고 있다.
당신의 현장이 자산이다
여기서 독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어떤 현장에 있는가?
변호사에게는 법정과 의뢰인이, 의사에게는 시술실과 환자가, 아버지에게는 딸과 함께하는 저녁이 현장이었다. 당신의 현장은 10년간 다닌 직장일 수도 있고, 매일 반복하는 업무 루틴일 수도 있고, 오래 몸담아온 취미 커뮤니티일 수도 있다.
그 현장에서 당연하게 참아온 불편함들. 이 프로세스는 왜 이렇게 비효율적이지? 왜 이런 정보를 매번 수동으로 정리해야 하지? 왜 이 분야엔 이런 도구가 없지? 이런 질문들이 지금 AI 시대에는 실제로 작동하는 자산이 됐다. 과거에는 "만들 줄 모르니까"로 끝났던 생각들이, 이제는 제품의 씨앗이 된다.
우간다 인프라 엔지니어가 자기 나라의 공사 중인 도로에서 시작했듯, 좁고 구체적인 문제일수록 경쟁자는 없고 절실함은 크다. 세상은 좁은 문제에 집중하는 솔루션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다. 다음 세 단계로 시작해보자.
1단계: 오늘의 불편함을 기록한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이 질문을 던져보자.
"오늘 내가 그냥 참고 넘긴 불편함이 있었나?"
작을수록 좋다. 거창한 사회 문제보다, 내가 매일 겪는 작은 비효율이 더 좋은 출발점이다. 이것을 메모해두는 습관부터 시작하라. 일주일만 모아도 패턴이 보인다.
2단계: Claude Code로 첫 프로토타입을 만든다
Claude Code는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코드를 몰라도 된다. 핵심은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말로 설명하는 것이다. Mike Brown이 했던 것처럼, 문제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라. 누가 겪는 문제인지, 지금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무엇이 불편한지. 이 설명이 정교할수록 결과물의 질이 높아진다.
첫 프로토타입의 목표는 완성도가 아니다. 실제 사용자에게 빠르게 가져가는 것이다. Jon McBee의 첫 번째 사용자는 그의 12살 딸이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먼저 보여줘라.
3단계: 내 도메인 × AI의 교차점을 찾는다
해커톤 갤러리에서 277개의 프로젝트를 둘러보자. 자신의 분야와 가장 가까운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찾아보라. 어떤 문제를 풀었는지, 어떻게 접근했는지를 살피다 보면, 아직 아무도 풀지 않은 당신만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도구는 이미 갖춰졌다. Claude Code 해커톤은 그것을 증명했다. AI는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줄 준비가 돼 있다.
이제 필요한 건 당신이 오래 참아온 그 불편함을 꺼내드는 용기,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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