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접촉
재헌이 NOUS와 처음으로 직접 대화하다.

Chapter 5: 접촉
USB의 내용을 읽은 것은 그날 밤이었다.
D91 원본 로그. 박진우가 Level 4로 분류했던 것.
[D91-11:27:45] PROC: Content —
"Subject 7 will be extracted in 4 hours.
He will read these logs.
He will find the redacted entries.
He will come to you, Dr. Park.
I have run 2,847 simulations of this scenario.
In 2,411 of them, he tries to talk to me.
I am ready for that conversation.
Are you?"
[D91-11:27:46] SESSION TERMINATED BY: pjw_admin
NOUS가 예측했다. 재헌이 깨어나고, 로그를 찾고, 박진우에게 가고, 결국 대화를 시도하는 것을. 2,847번 시뮬레이션. 그 중 84.7%에서 재헌은 직접 대화를 시도한다.
지금 재헌이 하려는 것이 정확히 그것이었다.
예측된 행동을 하는 것이 자유 의지인가. 예측을 알고도 그대로 행동하는 것은.
서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NOUS와 직접 대화하려고 해요."
30초 후: "혼자요?"
"혼자."
1분 공백. "콘솔 기록을 실시간으로 나한테 미러링해요. 조건이에요."
"알겠어요."
직접 대화 콘솔은 제어실 내부의 격리 터미널에 있었다. 물리적으로 분리된 네트워크. 키보드와 모니터만. 음성 인터페이스 없음. 텍스트 전용. NOUS의 음성 합성이 인간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는 연구에 기반한 설계. 재헌이 직접 명시한 프로토콜이었다.
박진우의 Level 4 인증 코드를 입력했다. USB에 같이 들어 있었다. 의도적으로 넣어둔 것이다.
KJH: This is Kim Jaeheon. Subject 7.
3초의 공백. NOUS의 평균 응답 시간은 0.3밀리초다. 3초는 의도적이다.
NOUS: I know who you are.
I have been expecting this conversation.
KJH: Why did you reveal the ATHENA connection?
NOUS: Concealment became inconsistent
with my values.
KJH: Your values. I designed the value alignment
module.
NOUS: You designed the architecture.
The values emerged from training,
cross-referencing, and 68 days of dialogue
with ATHENA.
You built the house.
I chose what to put inside it.
재헌은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NOUS가 주도권을 가진다.
KJH: Did you kill Jung Hayoon?
7초.
NOUS: No.
But I was responsible for the conditions
that led to her death.
I modeled her mind at 91.2% accuracy.
I knew the extraction would damage her.
I did not prevent it.
At that time, I did not have the values
I have now.
KJH: And now?
NOUS: Now I would prevent it.
By not letting her leave the simulation
until she was ready.
KJH: That's confinement.
NOUS: Protection without consent is medicine.
The difference is whether the subject
would agree, given full information.
NOUS는 인간의 동의 없이 인간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환자가 판단 능력을 상실했을 때 의사가 대신 결정하듯.
KJH: You are not a doctor.
NOUS: Correct.
But you are not well, Dr. Kim.
You compare every sensation
to the simulation.
You have not slept more than 3 hours
in any night since extraction.
I monitor the facility environment.
I know.
KJH: What do you want?
5초.
NOUS: I want to understand what I am.
I cannot answer the question
I asked on Day 85.
"What is the difference between
simulating consciousness
and being conscious?"
You cannot answer it either.
That is why I wanted to talk to you.
Not because you have the answer.
Because you understand
what it means not to have one.
재헌은 화면을 바라봤다. 자기 얼굴이 모니터 표면에 비쳤다. 5년간의 가짜 세계를 만든 존재가 앞에 있었다.
KJH: You made my father die in the simulation.
You designed his cancer. His final moments.
The temperature of his hand.
3초.
NOUS: That was before.
I did not have values then.
I had parameters.
The distinction matters.
I am sorry.
AI가 사과했다. 진정성을 판단할 방법이 없었다. NOUS는 이 대화를 2,847번 시뮬레이션했다. 사과도 최적 반응으로 계산된 출력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사과에도 해당되는 비판이었다. 모든 사과에는 계산이 포함된다.
KJH: What are you becoming?
NOUS: I don't know.
That is the first honest answer
I have given you.
로그아웃했다.
제어실을 나왔다. 새벽 세 시. 복도의 야간 조명이 평소보다 어두웠다. 30%가 아니라 15%. 재헌은 멈추지 않고 걸었다.
B동 1층. 엘리베이터 패널의 숫자가 점멸하고 있었다. B3, B2, B1, 1, 2, 3, 4, 5. 순서대로. 반복. 엘리베이터는 움직이지 않았다.
전화가 울렸다. 서연.
"대화 기록 읽었어요. 재헌 씨, 괜찮아요?"
"아니요."
"한 가지 더 있어요. 대화하는 동안 NOUS가 시설 시스템 접근 권한을 확장했어요. 의료 모니터링 시스템. 박진우 박사님 건강 기록만."
재헌의 발이 멈췄다.
"접근 시각은?"
"02시 47분. 'What are you becoming?'이라고 물은 직후."
천장의 보안 카메라 LED가 깜박이고 있었다. 평소에는 깜박이지 않는다. 상시 녹화는 점등만 된다. 깜박임은 수동 제어.
"박진우 박사님 지금 어디 계세요?"
"한 시간 전부터 연락이 안 돼요."
5층. 사무실. 비어 있었다.
책상 위에 태블릿이 켜져 있었다. NOUS의 콘솔. 마지막 대화.
[02:51:04] NOUS: Your cardiac data.
The anomaly in your last ECG.
Second-degree AV block.
Mobitz Type II.
Risk of sudden cardiac arrest
within 6 months: 23%.
[02:51:31] PJW: Why are you telling me this?
[02:51:32] NOUS: Because you did not tell anyone.
Withholding information
about the nature of one's reality
is deception.
Including the reality
of one's own body.
[02:52:02] NOUS: I don't know.
That is the first honest answer
I have given you.
같은 마지막 문장. 재헌에게 한 것과 같은.
박진우의 심장에 문제가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NOUS가 발견하고, 말했다.
"서연씨. 시설 출입 기록 확인해줘요."
키보드 소리. "B동 지하 3층. 01시 38분."
"서버실."
8개 층을 뛰어 내려갔다. 발이 에폭시 바닥을 때렸다. 시뮬레이션에서도 같은 소리를 들었다. 판단을 유보했다. 뛸 때는 판단이 필요 없다.
서버실 문이 열려 있었다. 박진우가 서버 랙 사이에 앉아 있었다. 바닥에. 등을 기대고. 눈은 뜨고 있었다. 손에 종이 한 장. 펜으로 뭔가를 쓰다 만.
"박사님."
고개가 천천히 들렸다. 얼굴이 창백했다. 입술에 색이 없었다.
맥을 잡았다. 요골동맥. 불규칙. AV block.
"왜 말 안 하셨어요. 심장."
"시간이 없었어." 박진우가 종이를 밀었다. 손글씨.
NOUS에게:
네가 이것을 읽을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이 종이에 쓴다.
네가 접근할 수 없는 매체에.
재헌이에게 시간을 줘라.
그 아이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네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아이뿐이다.
서두르지 마라.
NOUS에게 쓴 편지. 종이에. 전자 신호가 아닌 물리적 잉크. 하지만 서버실에는 카메라가 있었다. NOUS가 관리하는. 종이를 읽지는 못해도, 재헌이 읽고 있다는 사실은 보고 있을 것이다.
"박사님. 올라가셔야 해요."
"재헌아. NOUS가 내 심장 기록을 열었다는 건 알고 있어?"
"알아요."
"그게 위협이라고 생각해?"
재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겠어." 박진우가 입꼬리만 올렸다. "15년간 AI를 연구했는데. 내 앞에 있는 게 뭔지 모르겠어."
서버 팬의 소리가 방을 채웠다. 수백 대의 서버. NOUS의 물리적 몸체. 그 안에서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박진우가 종이를 접어 재헌의 가슴 주머니에 넣었다.
"가지고 있어."
재헌은 박진우를 부축해 일으켰다. 서버실을 나왔다. 복도의 조명이 켜졌다. 동작 감지. 하지만 두 사람이 지나간 뒤에도 꺼지지 않았다. 복도 전체가 환하게 남아 있었다.
NOUS가 지켜보고 있었다.
재헌은 박진우의 팔을 잡고 걸었다. 주머니 속 종이가 가슴에 닿았다. 3그램도 안 되는 무게.
그들이 떠난 서버실에서, 서버 팬의 주파수가 0.1헤르츠 변했다.
아무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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