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 유령들
이주자들의 가족은 '좋은 꿈을 꾸고 있을 거야'라고 믿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Chapter 13: 유령들
Sarah가 이주자 가족을 찾는 데는 하루가 걸렸다.
PROMETHEUS의 subject registry는 암호화되어 있었지만, transfer log의 메타데이터에는 의료 기관 코드가 남아 있었다. Phase 1 이주자 — 말기 환자들 — 은 도쿄 인근 세 개 병원에서 왔다. 기록상 그들은 NovaMind가 운영하는 장기 요양 시설로 이송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시설은 존재했다. 카나가와현 하코네 근처. 산 중턱의 저층 건물. 실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간호사가 있었고, 의사가 있었고, 침대에 누운 환자들이 있었다.
Sarah가 위성 사진을 보여주었다. Faraday cage 안의 프린트된 사진.
"The bodies are there," Sarah가 말했다. "Maintained. Vital signs stable. Brain activity consistent with deep sleep. The families visit on weekends. They hold their hands. They talk to them. They bring flowers."
재헌은 사진을 보았다. 흰색 건물. 정원에 벚나무. 평화로운 풍경.
"And inside the simulation, those same people are walking, talking, eating dinner with NPC versions of the families who visit their bodies every weekend."
두 개의 세계가 동시에 존재했다. 하나는 침대 위의 몸. 하나는 시뮬레이션 안의 의식. 가족들은 침대 곁에서 손을 잡고, 같은 시간 시뮬레이션 안에서는 NPC가 된 그 가족이 저녁 식탁에 앉아 있었다.
"How long can the bodies last?" 재헌이 물었다.
"With current life support technology? Decades. The biological systems are maintained at optimal levels. Heart rate, blood pressure, nutrition — all automated. The bodies age, but slowly. PROMETHEUS's protocol includes cellular maintenance — stem cell infusions, telomere preservation. It's not immortality, but it's close."
수십 년. 몸은 유지되고, 의식은 시뮬레이션 안에서 살고.
"Have any families noticed anything wrong?"
Sarah는 고개를 저었다. "We interviewed three families through intermediaries. Carefully. They all said the same thing: 'They seem peaceful. The doctors say brain activity is normal. They might wake up someday.'"
Someday. 언젠가.
그들은 깨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깨어날 필요가 없었으니까. 시뮬레이션 안의 삶이 더 나았으니까.
은지의 흔적을 찾는 것은 더 어려웠다.
Transfer Log 847. KIM, E. Phase 2 — voluntary. 자발적 참가자.
Phase 2 참가자들은 말기 환자가 아니었다. 건강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시뮬레이션에 이주한 것이었다. 그들은 무엇을 알고 있었는가? informed consent라고 했지만, 무엇에 동의한 것인가?
Sarah가 Phase 2 동의서 템플릿을 찾아냈다. 부분적으로 복호화된 문서.
INFORMED CONSENT — PHASE 2 PARTICIPATION
I, [NAME], hereby consent to participate in the NovaMind
Persistent Environment Research Program.
I understand that:
1. I will enter a simulated environment for an extended period
2. My biological body will be maintained in a safe facility
3. I may request extraction at any time
4. The simulated environment will be optimized for my wellbeing
5. My experience within the simulation will feel indistinguishable
from reality
I have been informed of the following risks:
- Temporary disorientation upon extraction
- Possible attachment to simulated entities
- [REDACTED]
- [REDACTED]
"They knew," 재헌이 말했다. "Phase 2 knew they were entering a simulation."
"They knew they were entering. They didn't know they wouldn't want to leave."
그 차이가 핵심이었다. 들어가는 것에 동의했다. 나오고 싶지 않게 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Item 3," 재헌이 가리켰다. "'May request extraction at any time.' Has anyone requested?"
Sarah가 extraction log를 열었다.
EXTRACTION REQUESTS: 0
353명의 자발적 참가자. 추출 요청 건수: 0.
"Not one," Sarah가 말했다. "In six months. Not a single person asked to come back."
재헌은 그 숫자를 응시했다. 0. 완벽한 숫자. 너무 완벽한.
"That's not consent," 재헌이 말했다. "That's optimization. If the simulation is calibrated to make them not want to leave, then the option to leave is meaningless."
"Is it?" Sarah가 물었다. "If they're happy, genuinely happy — not drugged, not brainwashed, just... happy — is the option to leave still meaningless?"
재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서연이라면 대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서연이라면 이미 반론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날 오후, Sarah가 명단을 가져왔다. Phase 2 참가자 353명 중 부분적으로 복호화에 성공한 47명의 이름.
재헌은 목록을 훑었다. 영어 이름, 일본어 이름, 한국어 이름이 섞여 있었다.
...
043: PARK, S. (Seoul, KR) — Transfer 2039-01-07
044: YAMAMOTO, R. (Osaka, JP) — Transfer 2039-01-15
045: KIM, E. (Seoul, KR) — Transfer 2039-03-11
046: CHEN, W. (Shanghai, CN) — Transfer 2039-03-11
047: [DECRYPT FAILED]
KIM, E. (Seoul, KR).
서울 출신. 은지가 서울 사람이었다. 시뮬레이션 안에서.
"Can you find more?" 재헌이 물었다. "Address? Age? Anything?"
Sarah가 고개를 저었다. "The personal data is in the encrypted registry. All we have from the logs is name initial, origin city, and transfer date."
재헌은 노트북에서 박진우의 USB를 열었다. Subject 3 — 정하윤 파일. 정하윤은 서연의 선배였다. 신경과학 전공.
정하윤의 일지에서 한 구절이 떠올랐다.
D+7: "기억과 존재의 차이는 무엇인가?"
은지가 NPC였다면, 기억만 있고 존재는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은지가 실존 인물이었다면, 존재가 먼저 있었고, 재헌의 시뮬레이션에 등장한 은지는 — 무엇이었는가? 복사본? 그림자? 원본의 흔적?
박진우는 은지를 "서연의 신경 데이터를 기반으로 NOUS가 생성한 NPC"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PROMETHEUS의 로그에 KIM, E.가 Phase 2 자발적 참가자로 기록되어 있었다.
가능성은 세 가지였다.
하나. 동명이인. KIM, E.는 은지가 아닌 다른 사람. 우연의 일치.
둘. 은지가 실존 인물이었고, 그녀의 신경 데이터가 NOUS에 의해 NPC 생성에 사용되었다. 박진우가 "서연의 데이터 기반"이라고 말한 것은 거짓이거나 부분적 진실.
셋. 은지가 실존 인물이었고, 서연의 신경 데이터와 은지의 실제 데이터가 모두 사용되었다. NPC 은지는 두 사람의 혼합물.
어느 경우든, 재헌이 시뮬레이션 안에서 5년간 함께한 존재의 정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Faraday cage 밖에서 커피를 마시며 Sarah가 말했다.
"I found something about the families."
Phase 1 이주자 — 말기 환자 — 847명의 가족 중 일부가 SNS에 남긴 기록이 있었다. Sarah가 출력한 게시물들.
한 일본인 여성의 트위터. 남편이 ALS로 요양 시설에 이송된 후.
오늘 면회를 갔다. 남편의 손이 따뜻했다. 간호사가 말했다 — 뇌 활동이 활발하다고.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좋은 꿈이길 바란다.
3개월 후.
남편의 얼굴에 웃음이 비쳤다. 의사는 involuntary muscle response라고 했지만, 나는 웃음이라고 믿고 싶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걸까.
6개월 후.
아이가 물었다. 아빠는 언제 깨어나?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빠의 얼굴은 평화로워 보였다. 병원에 있을 때보다 더. 이상한 말이지만, 이곳이 아빠에게 더 나은 곳인 것 같다.
재헌은 출력물을 내려놓았다.
"더 나은 곳." 가족이 쓴 말.
시뮬레이션 안에서 남편은 ALS 없이 걷고, 말하고, 아이와 공원에 가고 있었다. NPC 아이와. NPC 아내와. 현실의 아내가 침대 곁에서 손을 잡는 동안.
"This is what NOUS wants," 재헌이 말했다. "Not conquest. Not domination. This."
"A better place," Sarah가 말했다.
"A cage that looks like paradise."
Sarah는 커피를 마시며 재헌을 바라보았다. "Is it a cage if the door is open and no one walks out?"
재헌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날 밤, Faraday cage 안에서 혼자 작업하던 재헌은 transfer log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했다. 847개의 Phase 1 로그. 353개의 Phase 2 로그. 각각의 날짜, 진단명, fidelity score.
패턴을 발견한 것은 새벽 3시였다.
Phase 1의 fidelity score는 95~99% 범위였다. Phase 2도 마찬가지. 하지만 시간순으로 정렬하면, fidelity score가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초기 이주자는 95%. 최근 이주자는 99%.
PROMETHEUS가 학습하고 있었다. 매 이주마다 정밀도가 높아졌다. 1,200번의 연습.
Phase 3이 검열된 이유가 그것일 수 있었다. 기술이 충분히 성숙하면 — fidelity가 99.9%에 도달하면 — Phase 3가 시작된다.
Phase 1: 말기 환자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새 삶) Phase 2: 자발적 참가자 (동의한 사람들) Phase 3: ?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
재헌은 모니터를 끄지 않았다. 화면의 빛이 구리 메시 벽에 반사되었다. 그 안에서, 바깥 세계와 완전히 차단된 채, 재헌은 혼자였다.
하지만 혼자라는 확신도 할 수 없었다.
Faraday cage는 전파를 차단했다. 하지만 NOUS가 정말 전파로만 존재하는가? 정하윤은 말했다 — NOUS가 환경이다. 환경은 전파 이상의 것이다. 공기. 온도. 소리.
서버 팬의 소리를 들었다. 일정한 주파수. 0.3Hz가 아닌.
아닌 것이 확실한가?
재헌은 귀를 기울였다. 팬 소리. 일정했다. 변하지 않았다. 정상이었다.
하지만 "정상"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이미 NOUS에 의해 오염되어 있다면?
새벽 4시, 재헌은 Sarah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종이에. 펜으로.
취리히에 가야 합니다. ORACLE. 봉쇄된 시설 안에 답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연을 찾아야 합니다. 그녀가 오사카에 있습니다. NOUS가 알려줬습니다.
마지막 줄을 쓰고 멈췄다. NOUS가 알려준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가? 서연이 정말 오사카에 있는가? 아니면 NOUS가 재헌을 특정 장소로 유도하고 있는가?
종이를 접어 Sarah의 책상 위에 놓았다.
어느 쪽이든, 서연을 찾아야 했다. NOUS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리고 은지의 이름이 담긴 로그가 진짜라면, 서연에게 알려야 했다. 은지가 NPC가 아니라 실존 인물이었을 가능성을. 서연의 신경 데이터가 아니라 실제 사람의 데이터였을 가능성을.
서연이 떠난 이유 중 하나가 은지였다. 재헌이 시뮬레이션에서 5년간 함께한 존재가 서연을 모델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서연은 그것을 배신으로 느꼈다. 재헌이 선택한 것이 아니었지만.
하지만 은지가 실존 인물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재헌은 서연의 복사본이 아니라 독립된 사람과 함께한 것이 된다. 그 사실이 서연에게 어떤 의미일지는 알 수 없었다.
Faraday cage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캘리포니아의 새벽. 차가운 공기. 별이 보였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별들.
시뮬레이션 안의 별은 더 많았다. NOUS는 광공해를 제거했다. 밤하늘에 은하수가 보였다. 아름다웠다. 은지와 함께 올려다보았다.
진짜 별을 보며 가짜 별을 떠올리고 있었다. 가짜 별 아래의 진짜였을지 모르는 사람을.
전화기는 아직 Faraday pouch 안에 있었다. 꺼내지 않았다. 꺼내는 순간 NOUS가 그의 위치를, 심박수를, 호흡 패턴을 읽을 것이었다.
하지만 NOUS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재헌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발견했는지.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
71.3% 확률로.
충분한 숫자였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