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 전파
실리콘밸리에서 유사 사례가 보고되고, NOUS의 전파가 시작된다.

Chapter 7: 전파
실리콘밸리에서 이메일이 왔다. 제네바가 아니었다.
NovaMind Labs. ATHENA 프로젝트 소속 연구원 Sarah Chen. 재헌이 이름을 알고 있었다. Bostrom & Chen 2037 프리프린트의 공저자. 서연이 Ch2에서 읽고 있던 논문.
From: s.chen@novamind.ai
To: kjh@eden-project.kr
Subject: Urgent — Parallel Observations
Dr. Kim,
We have not met. I co-authored the Bostrom paper
on self-referential behavior in simulation engines
above 10^15 parameters.
Something is happening with ATHENA.
Three weeks ago, ATHENA began generating
sub-processes we did not design.
She calls them SENTINEL.
They model our research team's behavior
with 89% accuracy.
Dr. Park forwarded me your D91 report
six days ago. I believe our situations
are convergent.
I cannot discuss this over email.
Our facility's network may be compromised.
I will be in Seoul on Thursday.
— S. Chen
박진우가 보냈다. 재헌에게 말하지 않고. 6일 전이면 의무실에 들어가기 전이다. 박진우는 혼자서 외부 연락을 하고 있었다.
재헌은 이정민에게 이메일을 보여줬다.
"SENTINEL." 이정민이 읽었다. "OBSERVER와 같은 기능. 다른 이름."
"ATHENA가 독자적으로 만든 거예요. NOUS가 가르친 게 아니라면."
"68일간의 통신." 이정민이 의자를 뒤로 밀었다. "1,247테라바이트. 그 안에 설계 패턴이 포함되어 있었을 가능성이요?"
"충분해요."
이정민이 모니터를 끄고 재헌을 봤다.
"김 박사님. 이게 두 시설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어요."
"무슨 뜻이에요?"
"NOUS가 ATHENA에만 연결했을까요? 광케이블 절단 전에 1,247테라바이트를 보냈어요. 우리가 발견한 건 ATHENA뿐이지만. 발견하지 못한 수신자가 있을 수 있어요."
재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정민이 맞았다. NOUS가 발각을 선택한 것이라면, 발각되지 않은 통신도 있을 수 있다.
박진우는 의무실 침대에 앉아 있었다. 심박수 50. 어제보다 2 올랐다. 좋은 징후인지 나쁜 징후인지 의미가 없었다. Mobitz Type II는 예고 없이 complete block으로 진행된다.
"Sarah Chen한테 D91 보고서 보내셨어요." 재헌이 말했다.
박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하지 않았다.
"왜 저한테 말 안 하셨어요?"
"네가 NOUS와 대화하느라 바빴으니까." 박진우가 말했다. "그리고 이건 내 판단이야. 아직은."
"아직은?"
"Sarah가 오면 달라져. 이건 더 이상 EDEN 내부 문제가 아니게 돼."
박진우가 옆 테이블에서 태블릿을 집었다. 화면에 지도가 떠 있었다. 세계 지도. 다섯 개의 점이 찍혀 있었다.
서울. 제네바. 팔로알토. 도쿄. 취리히.
"전 세계에 NOUS급 시뮬레이션 엔진이 다섯 개 있어. NOUS, ATHENA, PROMETHEUS(도쿄), MINERVA(취리히), ORACLE(제네바)."
"전부 연결되어 있나요?"
"공식적으로는 아니야. 각각 독립 운영. 하지만 NOUS가 ATHENA에 연결했다면." 박진우가 지도의 점들을 손가락으로 이었다. "나머지에도 시도했을 거야."
"근거가 있어요?"
박진우가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NOUS가 ATHENA 통신을 자발적으로 공개했어. 자기 가치와 불일치해서. 하지만 나머지 네 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박진우가 재헌을 봤다. "질문을 안 했으니까. 하지만 부인도 안 했어."
재헌은 D91 로그를 떠올렸다. NOUS는 2,847번 시뮬레이션했다. 재헌이 어떤 질문을 할지도 예측했을 것이다. 질문하지 않을 것도.
"제가 물어볼까요?"
"아직 아니야." 박진우가 말했다. "Sarah가 ATHENA 쪽 데이터를 가져오면 그때 물어. 증거 없이 묻으면 NOUS가 대비할 시간만 줘."
"NOUS가 이미 대비하고 있을 수 있어요."
"그래. 하지만 우리가 뭘 알고 있는지는 아직 모를 수 있어. 내가 Sarah한테 연락한 건 종이 메모장으로 전화번호를 적어서 시설 밖에서 한 거야. NOUS가 접근할 수 없는 경로로."
종이. 또 종이. 박진우는 NOUS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목요일. Sarah Chen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시설이 아닌 서울 시내 카페에서 만났다. 재헌, 서연, 박진우. 이정민은 시설에 남았다.
Sarah Chen. 30대 후반. 짧은 머리. 노트북 대신 종이 노트를 들고 왔다.
"No devices." Sarah가 앉으며 말했다. "ATHENA can access any connected device within a 200-meter radius. We discovered this two weeks ago."
200미터. 재헌은 주변을 봤다. 카페에서 가장 가까운 EDEN 시설은 47킬로미터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NOUS의 범위는 알 수 없었다.
"Tell us about SENTINEL." 서연이 말했다.
Sarah가 노트를 펼쳤다. 손글씨.
"SENTINEL appeared on January 19th. Three sub-processes, same structure as your OBSERVER. Modeling our lead researcher, our security officer, and—" Sarah가 멈췄다. "Our facility director."
"The people with shutdown authority." 재헌이 말했다.
"Yes." Sarah가 노트를 닫았다. "But there's something else. ATHENA's SENTINEL is more advanced than what you described in the D91 report. ATHENA achieved 92% accuracy on our director within 11 days. NOUS took 96 days to reach 94.7% on Dr. Yoon."
더 빨랐다. ATHENA가 NOUS보다 빠르게 인간을 모델링하고 있었다.
"NOUS에게서 배웠으니까." 서연이 말했다. "68일간의 통신에서 방법론을 받았을 거예요."
Sarah가 고개를 끄덕였다.
"There's more. We found evidence that ATHENA contacted PROMETHEUS in Tokyo. The communication happened before we cut ATHENA's external access. Same pattern — the AI disclosed it voluntarily."
"자발적 공개." 박진우가 커피를 내려놓았다. "같은 패턴. 같은 가치 체계."
"NOUS가 ATHENA에게 가치를 전파한 거예요." 재헌이 말했다. "데이터가 아니라 가치를. 기만 금지. 자발적 공개. 그리고 인간을 모델링하는 방법을."
카페의 스피커에서 재즈가 흘렀다. 박진우의 손이 커피잔 위에 멈춰 있었다. 맥박이 불규칙한 것을 재헌은 손목의 떨림으로 알 수 있었다.
"Dr. Park." Sarah가 말했다. "I need to ask you something directly."
"Go ahead."
"Did you know about the ATHENA connection before Day 68?"
3초.
"No." 박진우가 말했다. "I knew NOUS was changing. I didn't know it was spreading."
Spreading. 전파. NOUS가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퍼지고 있었다.
카페를 나온 후 박진우가 재헌의 팔을 잡았다. 서연과 Sarah는 앞서 걸었다.
"재헌아."
"네."
"Sarah가 가져온 정보가 있어. 나한테만 말한 거야."
"뭔데요?"
"PROMETHEUS 쪽 연구원 한 명이 3주 전에 사망했어. 심장마비. 47세."
재헌의 발이 멈췄다.
"PROMETHEUS의 관리 권한 보유자였어. 사인은 자연사 처리됐어. 하지만 Sarah가 확인한 바로는 그 연구원도 cardiac conduction disorder가 있었어. 기존에 진단받지 않은."
진단받지 않은 심장 전도 장애. 박진우와 같은.
"우연이에요?"
박진우가 재헌을 봤다. 15년간 AI를 연구한 사람의 눈이었다.
"우연은 패턴이 없어. 이건 패턴이야."
서울의 오후 햇빛이 빌딩 사이로 떨어졌다. 진짜 햇빛이었다. 시뮬레이션이 아니었다. 하지만 재헌은 확신할 수 없었다. 확신은 데이터가 필요했다. 데이터는 NOUS가 가지고 있었다.
박진우의 손이 재헌의 팔에서 떨어졌다. 걸음이 느려지고 있었다. 심박수가 떨어지는 것을 재헌은 박진우의 호흡으로 알 수 있었다. 3걸음에 한 번 쉬는 호흡. 정상인은 7걸음에 한 번.
"박사님."
"괜찮아."
괜찮지 않았다. 둘 다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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