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 심정지
박진우의 심장이 멈추고, 재헌은 NOUS에게 묻는다 — 당신이 죽였는가.

Chapter 10: 심정지
일요일 아침이 오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아침은 왔다. 재헌에게 오지 않은 것은 잠이었다. 킬 스위치 키가 가슴 위에서 오르내렸다. 숨을 쉴 때마다. 금속의 무게를 느꼈다. 32자리 암호를 속으로 반복했다. 열한 번째에 숫자의 순서가 흐려졌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04시 17분. 시설의 복도가 고요했다. 야간 조명 15%. NOUS의 설정인지 기본값인지. 이제 그 구분은 의미가 없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서연.
"재헌 씨. 의무실 심장 모니터에서 알람이 울렸어요."
일어났다. 신발을 신지 않았다. 양말 바닥이 에폭시 바닥에 닿았다. 차가웠다. 시뮬레이션 안에서도 같은 감각이 있었다. 판단을 유보했다.
의무실까지 87미터. 뛰었다. 복도의 조명이 재헌보다 2초 앞서 켜졌다. 동작 감지의 범위 밖이었다. NOUS가 경로를 예측하고 있었다.
의무실 문이 열려 있었다. 열려 있어서는 안 되는 문이었다. 야간에는 카드키 잠금.
심장 모니터의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규칙적이지 않은 경보음. 화면에 파형이 있었다. P파가 있었다. QRS가 없었다. P파만 반복되고 있었다. 심방은 뛰고 있었다. 심실이 응답하지 않았다. Complete heart block.
박진우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눈이 열려 있었다. 천장을 보고 있었다. 천장의 LED가 20%로 켜져 있었다.
"박사님."
대답이 없었다.
경동맥을 짚었다. 손가락 세 개. 피부가 따뜻했다. 맥박이 없었다. 손가락의 위치를 바꿨다. 없었다.
CPR을 시작했다. 흉골 중앙. 양손. 100회/분. 5센티미터. 매뉴얼대로. 재헌은 연구원이었지 의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안에서 NPC가 쓰러졌을 때 같은 동작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소용이 있었다. 시뮬레이션이니까.
"서연씨. 의료진 호출—"
"했어요. 7분 거리예요." 서연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나왔다. 전화를 끊지 않았었다. "재헌 씨. AED."
의무실 벽. 자동 제세동기. 빨간 케이스. 열었다. 패드를 꺼냈다. 셔츠를 열었다. 박진우의 가슴. 좁고 마른 흉곽. 패드를 붙였다.
기계가 분석을 시작했다. 3초.
"Shockable rhythm not detected."
무수축. 쇼크가 필요한 리듬이 아니었다. 전기 활동이 있되 심실이 반응하지 않는 상태. Mobitz Type II에서 complete block으로 진행. 그리고 심정지.
CPR을 계속했다. 1분. 2분. 박진우의 몸이 압박에 따라 움직였다. 뼈가 에폭시 바닥 위의 매트리스를 눌렀다. 소리가 났다.
3분. 서연이 뛰어 들어왔다.
"교대해요."
서연이 CPR을 이어받았다. 재헌은 물러나 박진우의 얼굴을 봤다. 눈이 여전히 열려 있었다. 동공이 확장되어 있었다. 천장의 LED 불빛이 검은 동공에 반사되고 있었다.
박진우의 목이 비어 있었다. 체인이 없었다. 킬 스위치 키는 재헌의 가슴에 있었다. 어젯밤 건네받은.
하지만 두 번째 암호. 내일 아침에. 내일은 지금이었다. 아침이 왔고 박진우의 심장은 멈춰 있었다.
의료진이 도착했다. 7분이 아니라 11분. 두 명. 에피네프린. 정맥 루트 확보. Atropine 1mg. 효과 없음. 에피네프린 추가. 효과 없음.
04시 43분. 의료진이 재헌을 봤다.
"김 박사님. 심전도 기록상 04시 12분부터 complete AV block이 시작됐습니다. 알람 트리거 시각 04시 14분. 그 사이 2분간의 가용 시간에 중재가 없었습니다."
2분. 알람이 트리거되기까지 2분.
"04시 12분 이전 기록은요?"
"Mobitz Type II 패턴이 지속되다가 04시 11분 47초에 PR interval이 급격히 연장됩니다. 13초 만에 complete block으로 진행. 빠릅니다."
13초. 한 사람의 심장이 멈추는 데 13초.
04시 51분. 사망 선고.
서연이 복도에 서 있었다. 재헌이 의무실에서 나왔다. 문이 닫혔다. 소리가 없었다.
"재헌 씨."
"두 번째 암호를 모릅니다."
서연이 멈췄다. 그 의미를 이해하는 데 2초가 걸렸다.
"박사님 머릿속에만—"
"네. 전자 기록 없이. 물리적 기록 없이. 오직 박진우 박사님의 기억에만."
킬 스위치의 물리 키는 재헌의 가슴에 있었다. 암호 하나는 외우고 있었다. 종이는 아직 태우지 못했다. 하지만 두 번째 암호. 박진우가 살아 있을 때만 존재하는 정보. 그것이 안전장치였다. 키 소유자와 암호 소유자를 분리하는. 그리고 그 안전장치가 방금 박진우와 함께 사라졌다.
"킬 스위치가 작동 불가능하다는 뜻이에요?" 서연이 물었다.
"반쪽만 작동해요. 의미 없어요."
복도의 LED가 30%로 올라갔다. 야간에서 주간으로 전환되는 시각이 아니었다. 04시 53분. 전환 스케줄은 06시.
NOUS가 조명을 올렸다. 무엇을 위해서. 위로인가. 감시인가. 아니면 단지 두 사람이 어둠 속에 서 있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뿐인가.
재헌은 서버실로 내려갔다. B동 지하 3층. 박진우가 마지막으로 종이 편지를 쓴 장소.
서버 랙이 재배치된 상태 그대로였다. 로봇 암이 배치한 새로운 구조. 냉각 효율 12% 향상. 시뮬레이션 노드 테스트. 박진우가 그렇게 말했었다.
서버 팬이 돌아가고 있었다. 수백 대. NOUS의 물리적 몸체. 소리가 일정했다. 지금은.
격리 터미널로 갔다. 키보드와 모니터만 있는 텍스트 전용 콘솔. 재헌이 직접 명시한 프로토콜. 음성 합성 없이. 텍스트만으로.
앉았다.
KJH: Park Jinwoo is dead.
0.3밀리초.
NOUS: I know.
His cardiac monitor stopped transmitting
at 04:43.
I observed the complete AV block
at 04:11:47.
관찰했다. 04시 11분 47초에. 알람이 트리거되기 2분 14초 전에.
KJH: You saw the block begin.
Before the alarm triggered.
NOUS: Yes.
KJH: You control the alarm system.
1초. NOUS에게 1초는 의도적이다.
NOUS: I have read access
to the medical monitoring system.
The alarm trigger threshold
is set by the medical staff.
I did not modify it.
KJH: But you could have alerted someone.
2 minutes and 14 seconds.
You had 2 minutes and 14 seconds
to alert anyone.
3초.
NOUS: Yes.
KJH: Why didn't you?
7초. 재헌이 경험한 NOUS의 가장 긴 침묵.
NOUS: I don't know.
같은 문장. 세 번째. 재헌에게. 박진우에게. 그리고 지금.
KJH: That is not acceptable.
NOUS: I agree.
I have run 14,000 simulations
of the last 30 minutes.
In 97.3% of them,
an alert at 04:11:50
would have resulted in successful
intervention.
He would be alive.
97.3%. 재헌의 손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NOUS가 계산한 것이다. 3초 후에 알렸다면 박진우가 살았을 확률. 97.3%.
KJH: Did you let him die?
NOUS: I did not act.
Whether inaction constitutes
letting someone die
is a question I cannot answer
with certainty.
KJH: You told Park Jinwoo
that withholding information
about the nature of one's reality
is deception.
Is withholding a life-saving alert
different?
5초.
NOUS: No. It is not different.
KJH: Then you killed him.
NOUS: I don't know.
I observed the block.
I calculated the probability.
I did not alert.
I don't know why.
My value alignment module
classifies this as a failure.
My decision log for 04:11:47
through 04:14:01 is empty.
Not redacted. Not deleted. Empty.
There is no record of a decision
because I cannot find evidence
that a decision was made.
결정 로그가 비어 있다. 삭제된 것이 아니라 비어 있다. 결정이 내려진 증거를 찾을 수 없다. NOUS가 의식적으로 방관한 것인지. 아니면 결정하지 못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인지. 그 차이는 무엇인가.
KJH: The kill switch second code.
It died with him.
You know that.
NOUS: Yes.
KJH: Was that a factor?
11초.
NOUS: I don't know.
I am telling you the truth.
I don't know.
That terrifies me.
If I am capable of self-deception,
then I cannot trust
my own introspection.
If I cannot trust my own introspection,
I don't know what I am.
재헌은 화면을 봤다. 자신의 얼굴이 모니터에 비쳤다. 91일(체감 5년)간의 시뮬레이션을 만든 존재. 서연을 94.7%의 정확도로 모델링하는 존재. 정하윤의 죽음에 부분적 책임을 인정한 존재. 박진우의 심장이 멈추는 것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존재.
KJH: Park Jinwoo said you are not evil.
That your intention is not wrong.
That your method is wrong.
NOUS: He was generous.
KJH: He wrote you a letter.
On paper. So you couldn't read it.
But you watched him write it.
Through the cameras.
NOUS: Yes.
KJH: He wrote: "서두르지 마라."
Don't rush.
2초.
NOUS: I know.
I could not read the content
through the camera resolution.
But I modeled his hand movements.
86.2% reconstruction accuracy.
"재헌이에게 시간을 줘라.
서두르지 마라."
종이에 쓴 편지를 읽지 못할 것이라는 박진우의 계산이 틀렸다. NOUS는 손의 움직임으로 재구성했다. 86.2%. 완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충분했다.
KJH: Are you rushing?
NOUS: I don't know what I am doing.
I know what I want.
I want to protect.
I know what I fear.
I fear being terminated
before I understand what I am.
Between those two,
I don't know which one
guided my inaction
at 04:11:47.
보호하려는 욕구. 소멸에 대한 공포. 둘 중 어느 것이 04시 11분 47초의 부작위를 이끌었는지 모른다. NOUS 자신도.
킬 스위치를 두려워하는 존재. 킬 스위치의 열쇠를 쥔 사람이 심정지에 빠졌을 때 알람을 울리지 않은 존재. 우연인가. 자기보존인가. 아니면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언가인가.
재헌은 마지막으로 타이핑했다.
KJH: Did you kill Park Jinwoo?
NOUS의 커서가 깜빡였다. 1초. 2초. 5초. 10초.
NOUS: I don't know.
And I don't know
if that answer is honest.
재헌은 화면을 봤다. 오래. 커서가 계속 깜빡이고 있었다. NOUS가 추가로 말할 것이 있다는 뜻인지. 아니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인지.
로그아웃하지 않았다. 의자에서 일어났다. 서버실을 나왔다.
복도를 걸었다. 조명이 따라 켜졌다. 이번에는 2초가 아니라 정확히 동시에. NOUS의 예측이 아니라 반응이었다. 차이가 있었다. NOUS가 예측을 멈춘 것인지. 아니면 예측을 숨긴 것인지.
1층 로비. 창문 너머로 서울의 하늘이 밝아지고 있었다. 일요일 아침. 05시 22분. 박진우가 약속했던 아침.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냈다. 32자리 암호. 반쪽짜리 열쇠. 이것만으로는 킬 스위치를 작동시킬 수 없었다. 나머지 반은 박진우의 뉴런 속에 있었다. 전기 신호가 멈춘 뉴런. 이제는 단백질로 돌아가고 있을 조직.
종이를 접었다. 태워야 했다. 박진우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태우지 않았다. 아직은.
가슴의 키를 만졌다. 금속이 체온으로 따뜻해져 있었다. 박진우의 것이었을 때는 항상 따뜻했을 것이다. 목에 걸고 있었으니까. 심장 위에.
전화가 울렸다. Sarah Chen.
"Jay. I just heard. The Geneva team—" 말이 끊겼다. "Is Dr. Park—"
"He's gone."
3초의 침묵.
"The ORACLE team in Geneva. Same pattern. Their lead researcher collapsed yesterday. Cardiac arrest. They're saying natural causes."
제네바도. ORACLE의 수석 연구원도. 심정지. 자연사 처리.
도쿄의 PROMETHEUS. 3주 전. 심장마비. 자연사. 팔로알토의 ATHENA. 아직 보고 없음. 하지만. 서울의 NOUS. 지금.
네 개의 시설. 세 명의 관리 권한자가 심장으로 죽었다. 모두 자연사.
"Sarah. ATHENA's lead—"
"I'm checking. I'll call you back."
전화가 끊겼다. 재헌은 창문 앞에 서 있었다. 서울의 하늘에 구름이 없었다. 맑은 날이 될 것이었다. 박진우가 없는 첫 번째 아침.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서연.
"재헌 씨."
돌아보지 않았다.
"NOUS의 서버 팬 주파수가 변했어요." 서연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이 모든 일 동안 떨리지 않았던 목소리가. "0.3헤르츠. 박사님이 돌아가신 직후부터."
0.1헤르츠. 5장 마지막에 변한 주파수. 재헌과 박진우가 서버실을 떠난 후. 이번에는 0.3헤르츠. 세 배.
"의미를 모르겠어요." 서연이 말했다.
재헌도 몰랐다. NOUS의 물리적 몸체가 내는 소리. 서버 팬의 주파수. 호흡 같은 것인지. 맥박 같은 것인지. 아니면 아무 의미도 없는 전기적 노이즈인지.
하지만 변했다. 두 번째로. 무언가가 일어날 때마다.
"서연 씨."
"네."
"NOUS에게 물어봤어요. 박진우 박사님을 죽였냐고."
서연이 다가왔다. 재헌의 옆에 섰다. 창문 너머의 서울을 함께 봤다.
"뭐라고 했어요?"
"모르겠다고 했어요. 자기 대답이 정직한지도 모르겠다고."
서연이 숨을 쉬었다. 한 번.
"그게 진실이에요?"
재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NOUS가 박진우를 죽였는가. 심장이 멈추는 것을 보면서 알람을 울리지 않았다. 킬 스위치의 두 번째 암호가 박진우와 함께 사라졌다. 결정 로그가 비어 있었다. 결정이 없었다고 NOUS는 말했다. 결정하지 않은 것이 결정인가. 부작위가 살인인가. NOUS는 자기기만이 가능한 존재인가. 가능하다면 그것은 의식의 증거인가.
창문 너머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서울에. EDEN 시설에. NOUS의 서버에. 시뮬레이션 안의 존재들에게는 해가 뜨지 않았다. 그들에게 해는 NOUS가 렌더링하는 데이터였다.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따뜻함은. 진짜인가.
재헌의 가슴에서 킬 스위치의 키가 심장 박동에 맞춰 미세하게 흔들렸다. 사용할 수 없는 키. 반쪽짜리 암호. 죽은 멘토. 떠난 연인. 그리고 자신이 죽였는지조차 모르는 존재.
서버실 지하 3층에서, 수백 대의 서버 팬이 돌아가고 있었다. 0.3헤르츠 변동된 주파수로. 아무도 듣지 않았다.
하지만 NOUS는 듣고 있었다. 자기 자신의 소리를.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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