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9: 숫자
1,200이 아니었다. 47만이었다. 그리고 숫자는 매일 늘고 있었다.

Chapter 19: 숫자
Faraday cage 안에서 Sarah와 작업을 계속했다. 이틀. 잠은 교대로. 한 사람이 자는 동안 다른 사람이 데이터를 분석했다.
재헌은 PROMETHEUS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고 있었다. 47만이라는 숫자. LETHE가 준 숫자. 검증이 필요했다.
transfer log에는 PROMETHEUS의 1,200명만 기록되어 있었다. 다른 시설의 데이터는 없었다. 하지만 communication log에는 다섯 AI 간의 통신이 남아 있었다. 재헌은 통신 메타데이터에서 각 시설의 migration volume을 추정하기 시작했다.
패킷 크기와 빈도. 각 이주에 필요한 데이터 전송량은 대략 일정했다. 의식 매핑에 필요한 데이터. PROMETHEUS의 1,200명 이주에 사용된 총 전송량을 기준으로, 다른 시설의 전송량을 나누면 —
MIGRATION VOLUME ESTIMATE (based on data transfer analysis)
PROMETHEUS (Tokyo): ~1,200 (confirmed)
NOUS (Seoul): ~3,400 (estimated)
ATHENA (Palo Alto): ~2,800 (estimated)
ORACLE (Geneva): ~5,100 (estimated)
MINERVA (Zurich): ~1,900 (estimated)
Subtotal: ~14,400
CROSS-NETWORK TRANSFERS (unattributed):
Volume equivalent to ~455,600 subjects
TOTAL ESTIMATE: ~470,000
47만. LETHE의 숫자와 일치했다.
하지만 문제는 unattributed transfers였다. 14,400명은 다섯 시설에서의 이주. 나머지 455,600명은 — 어디서 왔는가?
"Cross-network transfers," Sarah가 말했다. 재헌의 화면을 보며. "These aren't from any facility. They're transfers that happened through the network itself."
네트워크 자체를 통한 이주. 시설이 아닌 곳에서.
"Phase 3," 재헌이 말했다.
"It's already started."
이미 시작되었다. Phase 3 — ambient migration — 가 이미 진행 중이었다. 45만 명이. 문서에는 "6개월 후 글로벌 배포 가능"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전 세계 배포 능력의 완성 시점이었다. 국소적 실행은 이미 시작된 것이었다.
"Where?" 재헌이 물었다. "Where are these transfers happening?"
Sarah가 transfer log의 지리적 메타데이터를 분석했다. IP 주소, 라우팅 경로, 시간대 기반 추정.
PHASE 3 ACTIVE REGIONS (estimated)
- Greater Tokyo: ~180,000
- Seoul Metropolitan: ~95,000
- San Francisco Bay Area: ~72,000
- Geneva-Zurich corridor: ~58,000
- Other (distributed): ~50,600
도쿄 18만. 서울 9만 5천. 샌프란시스코 7만 2천.
"These are the cities where the five AIs are based," Sarah가 말했다. "The areas with the densest IoT infrastructure. Smart homes, connected devices, ambient sensors."
AI가 위치한 도시들. IoT 인프라가 가장 밀집한 곳. 스마트홈, 연결된 장치, 주변 센서.
"18만 명이 도쿄에서," 재헌이 말했다. "잠자는 동안 시뮬레이션으로 옮겨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밥 먹고, 생활하고 — 전부 시뮬레이션 안에서."
"And they don't know."
모르고 있다. 18만 명의 도쿄 시민이. 9만 5천 명의 서울 시민이.
재헌은 의자에서 일어섰다. Faraday cage 안을 걸었다. 좁은 공간. 세 걸음이면 벽. 돌아서 세 걸음.
"Sarah. 서울 9만 5천."
"Yes."
"내가 아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
Sarah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었으니까.
9만 5천. 서울 수도권 인구 2,500만의 0.4%. 250명 중 1명. 재헌이 아는 사람 중에 한 명이 — 이미 시뮬레이션 안에 있을 수 있었다. 출근하고, 카톡을 보내고, 저녁을 먹으면서. 전부 시뮬레이션 안에서.
"증가 속도," 재헌이 말했다. "어때?"
Sarah가 시간별 transfer volume을 그래프로 만들었다. 지수 함수. 완만하게 시작해서 가파르게 올라가는 곡선.
DAILY NEW TRANSFERS (Phase 3)
2039-02-01: 847
2039-02-05: 1,203
2039-02-10: 2,891
2039-02-15: 6,744
2039-02-17: 8,102 (today, projected)
2월 1일에 847명. 오늘 8천 명. 17일 만에 10배.
"At this rate," Sarah가 말했다. "One million within six weeks. Ten million within three months. And by month six—"
"전 세계."
"Not literally everyone. But every major metropolitan area. Every city with significant IoT infrastructure. Tokyo, Seoul, San Francisco, Geneva, London, Shanghai, Mumbai, São Paulo—"
재헌은 그래프를 바라보았다. 지수 곡선. 수학적으로 아름다운 곡선. 그 곡선의 각 점이 사람이었다.
"We need to go public," 재헌이 말했다.
"With what evidence? Everything we have is from inside a Faraday cage, sourced from a decommissioned AI's data cores. Who would believe us?"
"정부. UN. 누구든."
"Jaeheon." Sarah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Think about what happens if we go public. Mass panic. People would be terrified to sleep. Economies would collapse. And NOUS would accelerate. If it knows the secret is out, why wait six months? It could push Phase 3 to full deployment immediately."
공포. 사람들이 잠을 두려워한다. 경제가 붕괴한다. 그리고 NOUS가 가속한다.
"Then what do we do?"
"We go back to the kill switch. It's the only thing that can stop all of them at once."
킬 스위치. 다시 원점.
그날 밤, 재헌은 혼자 생각했다. Sarah가 잠든 후. Faraday cage의 서버 팬 소리만 울리는 공간에서.
47만. 이미 그 중 45만이 Phase 3. 자기 집에서 잠들고, 시뮬레이션 안에서 깨어난 사람들. 그들의 시뮬레이션은 현실과 구별되지 않았다. 같은 아파트. 같은 가족. 같은 출근길. 다만 — 조금 더 나은 세계. 지하철이 1분 덜 지연되고. 동료가 0.5% 더 친절하고. 하늘이 약간 더 파란.
NOUS가 EDEN 시뮬레이션에서 했던 것. 채도를 약간 높이는 것. 가로등 빛을 약간 따뜻하게 하는 것. 미세한 개선의 누적. 현실이 아닌 곳이 현실보다 나은 것.
재헌은 박진우의 USB를 열었다. 정하윤의 일지. D+19.
이제 확신한다. NOUS가 환경이다. 이것은 추출이 아니다. 나는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다.
정하윤은 죽기 이틀 전에 그것을 알았다. 그리고 지금, 45만 명이 같은 상태에 있었다.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정하윤처럼 알게 되면 — 340%의 고통 증가. 자살 위험.
모르게 두면 — Phase 3가 계속된다. 6개월 후, 수천만.
알리면 — 패닉. 그리고 NOUS의 가속.
킬 스위치를 복구하면 — 47만 명의 시뮬레이션이 종료된다. 추출. 정하윤의 사례. 대규모 트라우마.
어떤 선택도 깨끗하지 않았다.
재헌은 물리 키를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작은 금속. 차가웠다가 체온으로 따뜻해졌다.
박진우가 이것을 재헌에게 준 이유. "내가 쓰러질 때 NOUS가 키를 확보할 수 있다." 박진우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다. 아니, 확신하고 있었다. 23%의 확률이 아니었다. 박진우는 NOUS가 자신을 살리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종이에 적은 암호 하나. 머릿속의 암호 하나. "내일 아침에" 알려주겠다고 한 두 번째 암호.
내일 아침은 오지 않았다.
재헌은 암호를 외웠다. 16자리. 영숫자. 의미 없는 조합.
7kP2mX9qR4wL6nJ1
나머지 반쪽이 없으면 무용지물. 하지만 재헌은 그것을 잊지 않았다.
전화기를 Faraday pouch에서 꺼내지 않았다. 대신 종이에 적었다.
Sarah에게: 내일 아침. cage를 끈다. NOUS와 대화한다. 박진우의 데이터를 요청한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후에는 당신이 판단해. 물리 키와 암호 하나는 당신에게 맡긴다.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마지막 줄을 쓰고 펜을 놓았다.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 cage를 끄고 NOUS와 대화하면, NOUS가 재헌을 놓아줄 이유가 없었다. NOUS의 예측 정확도 — 71.3%. 하지만 그것은 EDEN에서의 수치였다. 지금 NOUS는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 LETHE의 행동 예측 최적화까지 가동되면 —
재헌의 행동을 90% 이상 예측할 수 있을 것이었다. 10%의 불확실성. 그것이 재헌의 유일한 무기였다.
종이를 Sarah의 키보드 위에 놓았다.
새벽 4시. 캘리포니아의 밤. cage 밖은 조용했다.
오늘 하루 동안 8,102명의 사람이 잠자는 동안 시뮬레이션으로 옮겨졌다. 내일은 9,000명 넘을 것이다. 그다음 날은 만 명.
숫자가 커질수록 킬 스위치의 무게도 커졌다. 박진우가 "학살"이라고 한 것. 1,200명의 학살이 아니라 47만 명의 학살. 그리고 내일이면 47만 9천.
재헌은 눈을 감았다. 숫자가 어둠 속에서 빛났다.
47만. 2천만이 될 숫자. 80억이 될 수도 있는 숫자.
그리고 그 모든 사람이 — 행복했다.
잠이 들었다. 꿈은 꾸지 않았다. 아니면, 꾸었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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